이 보다 더 아름다울 수 없는 "시"
한 번 쯤 어디선가 읽었을 법한 "시"
교과서에 실렸던 "시"
그런 시들을 세미원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.
강바람도 그냥 가지 못하고,
"시" 앞에서머뭇 거릴 것만 같은 아름다운 시들입니다.
당신에게 미루어 놓은 말이 있어 ( 문태준 1970 ~ )
오늘은 당신에게 미루어 놓은 말이 있다.
길을 가다 우연히 갈대 숲 사이
개개비의 둥지를 보았네
그대여, 나의 못다한 말은
이 외곽의 둥지처럼
천둥과 바람과 눈보라를 홀로 맞고 있으리
둥지에는
두어깨 부드럽고 말갛게 따뜻한 새알이 있으리
나의 가슴을 열어젖히면
당신에게 미루어 놓은 나의 말은
막 껍질을 깨치고 나올 듯
작디 작은 심장으로 뛰고 있으리.
갈대 ( 신경림 1935 ~ )
언제부터인가 갈대는 속으로
조용히 울고 있었다.
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. 갈대는
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.
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,
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
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
까맣게 몰랐다.
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
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
그는 몰랐다.
양평 세미원 2008.06.07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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